월드컵 광고를 보다가 질의서 아이템을 찾다
- 새로운 상임위에서 ‘자동차 산업의 탄소배출 문제’를 파고든 이야기
새 상임위에 배정된 보좌진에게 가장 막막한 건 '아이템'입니다. 업무에 대한 이해도, 기관에 대한 이해도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하죠. 그런데 좋은 아이템은 의외로 거창한 곳이 아니라 '당연해 보이는 장면에 물음표를 다는 순간'에서 출발합니다. 이번 콘텐츠는 산자위로 막 옮긴 가상의 '이셀럽 비서관'이 월드컵 광고 한 편에서 질의서 한 장까지 파고드는 여정을 따라가 봅니다.
고민의 시작은 의외의 곳에서부터
새롭게 산자위 상임위에 배정된 이셀럽 비서관의 첫 고민은 하나였다.
“상임위 질의서 뭐 쓰냐”
상임위 업무보고는 곧 다가오고, 의원님은 “이번 상임위에서 우리만의 아이템을 하나 잡아보자”고 했다. 그런데 새 상임위는 낯설고, 기관도 많고, 쟁점도 아직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러던 밤, 이셀럽 비서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관련 영상을 보다가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캠페인을 보게 됐다. - 미래는 지금 여기서부터. Next Starts Now.
멋진데. 이 비서관은 리모컨을 내려놓다가 문득 멈칫한다.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얘기는 많은데, 정작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은 친환경인가?’
1단계. 문제 의식을 키운다
이셀럽 비서관은 바로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정부의 자동차 기후 정책은 죄다 '운행 단계' 전기차 보급에 쏠려 있었다. 전기차 보조금, 충전 인프라, 세제 혜택도 전부 배기구 이야기다. 그동안 자동차 탄소정책은 주로 운행 단계, 즉 배기구에서 나오는 탄소를 줄이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자동차 친환경 정책은 전기차 보급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자동차는 달릴 때만 탄소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다.
만드는 과정에서도 탄소가 나온다.
만드는 과정을 확인해보기 위해 기초 자료부터 찾아 본다.
자동차 한 대에는 평균 900kg 이상의 철강이 들어간다. 차체 무게의 약 60%가 철강이다. 철강은 완성차 공급망 배출의 핵심 원자재다.
운행이 아니라 '철강'이 진짜 배출원이었다. 아이템의 윤곽이 잡힌다.
이쯤에서 이셀럽 비서관은 메모장에 첫 질의 문장을 적었다.
“장관님, 정부의 자동차 탄소정책은 왜 운행 단계에만 머물러 있습니까?”
2단계. 숫자를 찾는다
질의는 감으로 하면 안 된다.
팩트에 기반해야 한다. 특히 ‘숫자’가 있어야 한다.
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좀 더 파고 내려가 본다. ‘현대차는 철강을 얼마나 쓰고 있을까?’
이셀럽 비서관은 현대차 지속가능성보고서와 관련 분석자료를 보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가 공시한 2024년 기준 대당 철+알루미늄 사용량은 0.332톤이다.
그런데 자동차 한 대에 평균 900kg 이상의 철강이 들어간다는 산업계 통념과 비교하면 너무 적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지?”
뭔가 있는 것 같다. 조금 더 파볼만한 아이템인 것 같다.
이렇게 문제의 본질에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했다.
3단계. 구조를 본다
여기서 끝내면 ‘한 기업의 공시 문제’에 머문다.
하지만 좋은 상임위 아이템은 구조가 가진 본질적인 문제를 봐야 한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이미 분쟁이 있는 사안이었다.
기후관련 단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공시한 철강 사용량이 실제 철강 사용량보다 약 3.4배 축소된 수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협력사 공급망 철강 사용량을 제외해 친환경 이미지를 부풀리는 ‘그린워싱’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현대자동차 측은 ‘공급망 전체 환경 영향에 대한 정보는 지속가능성 보고서 내 다른 항목에서 공개하고 있다’며 의도적 축소 공시나 왜곡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측 입장과 무관하게,
정부와 투자자는 공시를 통해서 공급망 탄소 리스크를 실제보다 축소된 데이터로 인식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제도상의 허점이 보인다.
4단계. 문제의 파급력을 확인한다
이제 문제가 가지고 있는 진짜 영향을 봐야 한다.
억지로 작은 문제를 크게 만들 수는 없지만,
파급력이 있는 문제의 크기를 제대로 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 문제에서는 전세계적인 키워드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탈탄소’다.
이셀럽 비서관은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확인했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는 현재 철강, 알루미늄 등 기초 원자재를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다.그런데 향후 자동차 부품과 완성차 등 전방위 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생산 과정의 내재 탄소가 그대로 탄소세로 부과돼, 석탄 철강에 의존하는 완성차 회사는 유럽 시장에서 막대한 비용을 떠안게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자동차 산업의 탈탄소는 한국 철강 산업의 탈탄소와도 직결된다.
국내 1위 현대자동차는 완성차-제철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기업으로,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철강 상당 부분을 같은 그룹 내 현대제철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그런데 현재 현대자동차의 탄소중립 목표 시점은 2045년, 현대제철은 2050년이다. 완성차와 철강이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돼 있음에도 그룹 차원의 기후 전략이 완전히 정렬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탄소중립 정책에 혼돈이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결국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주력 산업 경쟁력과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5단계. 질의서로 만든다
이제 지금까지 이셀럽 비서관의 메모를 질의서로 만든다.
자동차의 미래는 지금 여기부터지만, 철강 공급망은 여전히 석탄 시대
현황
☐ 자동차 산업 탄소배출의 실제 범인은 ‘철강’
O 자동차 한 대에 평균 900kg 이상의 철강이 들어감
- 차체 무게의 약 60%가 철강
- 철강은 완성차 공급망 배출의 핵심 원자재
O 그럼에도 정부의 자동차 탄소 정책은 생산이 아닌 ‘운행’에 집중
문제점
☐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기업 공시에서의 탄소배출량
O 현행 공시 제도하에서 정부와 투자자는 공급망 탄소 리스크를 실제보다 축소된 데이터로 인식하게 됨
☐ 탄소배출 자동차 수출에 직격탄 될 수 있음
O EU 탄소국경조정제도가 향후 자동차 부품과 완성차 등 전방위 산업으로 확대된다면 국내 자동차 수출 산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음
질의
- 정부의 자동차 탄소정책이 전기차 보급 등 운행 단계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 아닌가?
- 완성차 업체의 공급망 철강 사용량과 배출량 공시를 정부가 검증하고 있는가?
- EU CBAM이 완성차·자동차 부품으로 확대될 경우, 한국 자동차 수출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는지, 그리고 대책이 있는지?
대안 제시
- 기후정보 공시 기준을 강화하여 자사 공장뿐만 아니라 협력사 단계에서도 투입되는 원자재(철강) 총량과 배출량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야 함
- 완성차 산업이 석탄 기반 철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연도별 녹색철강 도입 비율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정량적인 감축 로드맵(국가 차원의 ‘녹색철강(Green Steel)’) 수립 필요
- 자동차 산업과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 목표가 서로 연계될 수 있도록 완성차-철강 수직계열 기업집단 등을 중심으로 공급망 차원의 탄소중립 로드맵 정합성 점검이 필요
마지막 장면
다음 날 아침, 이셀럽 비서관은 의원님께 보고했다.
OK 사인을 받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또 다른 아이템을 찾으러 나서야겠다.
좋은 아이템은 멀리 있지 않다.
광고 문구 하나, 숫자 하나, 기사 한 줄에서 시작된다.
중요한 건 거기서 멈추지 않는 것이다.
질문을 만들고, 숫자를 찾고, 구조를 보고, 정부의 역할로 연결하는 것.
새 상임위에 배정된 보좌진이라면 지금 필요한 것도 바로 그 과정이다.
본 콘텐츠는 (사)기후솔루션의 광고 협찬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광고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