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좌진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무적인 감각을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무적인 감각을 기른다는 게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배울 곳도, 가르쳐줄 사람도, 공부할 방법도 정해진 것이 없죠.

 

국회 보좌진으로 당 지도부를 경험하고 정치부 기자도 역임했던 박용규 님으로부터 정무감각을 키우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필자 소개: 박용규

  • 정치학 박사 과정
  • 전)국회 보좌관
  • 전)머니투데이 정치부 기자

 

📝기고문 주제

  • 보좌진의 정무적인 감각을 키우는 방법
  • 현안에 대한 정무적인 분석을 통한 정무적인 감각 키우기

 


 

위기 대응 “폭풍우에 맞서 싸우지 마라”

 

정무적 일하기의 마지막 주제는 ‘위기 대응’입니다. 국회의원실 업무의 대부분은 위기 대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지만, 이번 글의 주제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에 대한 업무가 아닌, 개별 국회 의원실의 특수한 경우에 제한해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합니다.

 

우선 위기 대응 업무를 좀 더 세분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위기 대응은 크게 ‘위기 관리’와 ‘위기 커뮤니케이션’으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위기 관리’는 사건 사고에 대한 팩트체크와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며, 위기 커뮤니케이션이란 대외 메시지 관리, 쉽게 말해 언론 대응을 의미 합니다. 둘은 딱 잘라지지 않지만, 전체적인 위기 대응은 이 두 가지 맥락을 따로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먼저 중요하게 살펴봐야 하는 것은 위기의 인식 정도가 당사자인 국회의원과 보좌진, 주변 핵심 지지자들이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보좌진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국회의원은 매우 심각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쪽이 더 나은 인식이었는지 위기의 순간에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인식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사실 내부의 허심탄회한 소통과 각자의 판단에 대한 존중일 것이나, 이 부분은 의원실 마다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본격적으로 ‘위기 대응 일하기’를 살펴보면, 무엇보다도 시작은 팩트 체크입니다. 내부적으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시작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것입니다. 팩트는 최대한 많이 모아야 합니다. 작은 실마리들이 이후에 대응논리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 팩트체크를 통해서 위기 수준을 진단해야 합니다. 위기 수준은 첫 번째 주의 단계입니다. 언론의 단발성 보도, 새로이 추가된 사실 관계없이 단순히 불거진 오래된 부정이슈 등이 불거지는 경우입니다. 대외적으로는 특별한 대응없이 후속 보도나 확산 등이 있는지 예의 주시하는 단계일 것입니다.

 

두 번째는 경고 수준의 단계입니다. 내부 업무의 경우, 제법 중대한 잘못이 발견돼 관계기관에 소명을 해야 하는 정도의 위기입니다. 외부적으로는 연속보도나, 탐사보도가 나온다던지, 과거 이슈에 새롭게 추가된 사실이 보도되는 경우입니다. 소수의 기자들에게 취재가 인입되기 시작합니다.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히진 않더라도 언론 대응을 위한 자료 정리 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회의원의 경우는 취재 인입이 들어올 수 있다는 전제로, 실수가 없도록 의원실 공보 담당 직원과 충분한 소통이 필요할 것입니다.

 

세 번째는 위협 단계입니다. 의원실의 이슈가 사회적 관심이 되는 시점입니다. 저녁 방송에 보도되고, 다수의 언론 취재 인입, 의원실 앞 소위 뻗치기 등이 이뤄지는 시기입니다.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세 번째 단계를 경험하게 되는 국회의원실은 많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의 수사 상황이 아니고, 정치적 상황, 국회의원의 직책 등에 따라서 위협단계가 불거지는 것은 불가피한 경우도 많습니다. 다른 한편에서 국회의원들은 이를 오히려 반길 수 도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은 개인 비리 문제이거나,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등의 위협 단계를 겪게 되는 것 등입니다.

 

그 다음은 소위 전장을 판단해 봐야합니다. 사실관계가 매우 정확해서 불리한 이슈인가? 정치적 상황에 맞물린 정치공세인가를 가늠해 봐야 하고, 언론의 보도 태도 또한 단순 정치적 성향에 따른 일부 매체들의 편향된 보도인지, 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합니다. 그러나 위기 수준의 단계가 올라갈수록 사실관계와 별개로 전장은 불리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불리한 전장에서는 굳이 싸울 필요가 없다는 점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국회의원을 둘러싼 이슈는 정치권 이슈 중에서도 가장 휘발성이 높은 소재입니다.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제기되지만, 쉽게 다른 이슈에 묻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당사자인 국회의원은 뭐라도 해보라고 독촉할 수 있지만, 폭풍이 거셀 땐 잠시 웅크리고 있는게 더 나을 것입니다. 의원실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이런 스탠스에서 출발하는 것이 대체적일 것입니다. 무작정 보도자료부터 뿌리거나, SNS에 입장글을 게시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억울한 마음에 장문의 입장글을 초반에 던지는 것은 후속 취재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기 대응은 사실 여부, 억울함을 떠나 진솔한 마음의 사과면 족합니다.

 

대대적인 언론에 해명작업은 극초반의 위협이 지난 후에 본격적으로 진행합니다. 국회의원을 포함해 의원실의 모든 공보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실관계의 설명, 의원실의 입장 등을 전달합니다. 기자회견, 기자간담회 등 공식적인 언론 접촉은 지양합니다. 언론사마다 관심의 초점이 조금씩 다른데 한꺼번에 모여 있다면, 쟁점이 오히려 확산될 우려가 있습니다. 개별적인 만남을 통해서 사태 이면의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주고 받는 것이 언론이 이슈를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휠씬 나을 것입니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메시지는 ‘사과는 진솔하게, 해명은 간결하게’입니다. 사과는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를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해명은 언론보도의 착오를 바로잡는 것 외에, 부가적인 설명은 공식적으로는 불필요합니다. 의원실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가장 좋은 사람으로 대외 창구는 일원화 합니다. 국회의원이 아니어도 무방하고 때로는 일부러 그렇게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언론과의 접촉과정에서 공식멘트는 반드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정무적 일하기의 핵심적인 역할이 위기 관리라는 것은 앞서도 언급했습니다. 숱하게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대응하는 각 의원실의 모습들을 보면서 그저 남일로 보진 않겠지만, 전술한 내용들을 토대로 다시 복기해본다면, 분명 어떤 교훈들을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 대응은 과정보다는 결과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업무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폭풍이 거셀땐 잠시 피해라’라는 말입니다. 위기를 반전시킬 기회는 폭풍이 불 때가 아님을 기억하십시오.

 


 

지금까지 정무감각을 주제로 글을 연재해주신 박용규 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