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는 또 다른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이 존재합니다. 바로 당직자인데요. 그 수가 워낙 적어 정치권이 아닌 이상은 만나기 쉽지 않은 분들입니다. 하지만 보좌진과는 땔래야 땔 수 없는 파트너와 같은 관계인데요. 오늘 셀럽 인터뷰에서는 당직자 출신으로 이번 22대 국회 보좌진이 된 황민수 선임비서관님을 만나보았습니다. 당직자가 느낀 보좌진의 세계, 막상 경험해보니 조금 달랐다는데요. 함께 보시죠.

 


 

🎙️간략한 자기소개

 

뜻깊고 거창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정치권에 들어온 계기는 소소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대학생이었는데 마침 그 시기에 정치나 사회에 관심이 많아졌다. 졸업을 하면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 보다 나를 필요로 하는 데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마침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만들었고 우연한 기회로 당직자로 함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새정치연합의 당직자로 있다가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하게 되었다.

 

올해 4월에 당직자 생활을 한지 딱 10년이 되었고, 당의 총무조정국, 정책실, 사무총장실, 전략기획국 그리고 가장 최근엔 홍보국에서 일을 했다.

 

 

🎙️당직자의 생활은 어땠는지?

 

셀럽의 구독자들이 관심이 많을 것 같아서 길게 이야기 하고 싶다. 비유를 하자면, 행정부는 대기업, 의원실은 벤처기업, 당은 중소기업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적당히 관료적이고 보수적이지만 때론 빠른 의사결정과 집행을 위한 효율성과 기동성을 갖춘 기업과 같이 움직인다.

 

업무에 있어서 말을하자면, 일부 전문직이 아닌 당직자는 순환보직이 원칙이다. 그래서 여러 부서에서 완전히 다른 업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매력적이었다. 총무조정국에서는 당의 의사결정 체계를, 정책실에서는 당의 정책 결정과정을, 전략기획국에서는 정치 현안에 대한 당의 기조설정이나 선거 전반에 대한 기획과 전략 수립을 배웠다. 이번 총선에서는 홍보국에서 티비 광고 제작에 참여했는데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일을 했다. 그런 점에서 당에게 고맙다. 물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에 배정 받을 수도 있겠지만 당의 목표가 집권이고 당의 목표를 위해서 충분히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일을 했다.

 

영리 기업을 다녀보지 않아서 비교가 어렵겠지만, 함께 일하는 선후배가 경쟁 관계가 아닌 하나의 목표 아래서 뭉친 동지 관계였고 그게 좋았다. 더불어 의원실보다 규모가 크다보니까 또래도 많았고 친구처럼 도우며 잘 지냈다.

 

힘들었던 점은 주말 근무와 야근이 잦고, 선거, 전당대회, 대선은 몇 달전부터 휴식없이 일하는데 이건 의원실도 비슷하겠다.

 

당직자로 일하다보면 당의 의견과 개인의 의견이 충돌할 때도 있을 텐데 나의 경우엔 다른 당보다는 민주당이 나와 잘 맞았다. 당의 입장과 개인의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내 정치를 하는게 아니라 당원의 의견을 반영하기 때문에 절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당원의 목소리를 쉽게 낼 수 있고 당원의 권한도 커지고 있다. 절차, 제도적으로 당원의 권한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채용은 공채로 일 년에 많으면 10명 정도 뽑고, 어떤 해는 아예 안 뽑는 경우도 있다. 보좌진의 경우에는 국회의원에게 임면권이 있지만, 당직자는 당대표도 짜를 수 없다. 인사위원회 의결사항에 따라 채용과 면직이 결정된다. 사실상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 한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계속 근무를 해서 정년퇴임하신 분도 있고 그게 기본이다. 때론 출마나 공공기관에 가는 분들은 있지만 보좌진이 대관으로 가는 것처럼 민간 기업으로 가는 분들은 많지 않다.

 

당이 합당하거나 하는 경우 당직자는 계승이 되도록 합의를 하는데, 때에 따라선 당직자 승계에 대한 잡음이 있을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합당할 때는 당직자가 다 승계 됐다.

 

급여는 보좌진 수준과 비교해봤을 때, 보좌진이 당직자보다 살짝 높다. 동일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보좌진이 당직자보다 격무수준이 높기 때문에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는 당에서 부장이었는데 의원실 선임비서관으로 오면서 조금 높아졌다. 물론 초과근무 수당, 기여금과 같은 것들이 있어서 단순히 1대1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비슷한 수준이다. 당직자가 엄청 낮거나 하진 않다.

 

 

🎙️당직자에서 국회 보좌진으로 오게 된 계기와 이유가 있다면?

 

우선 제도적으로 사무직 당직자 규정에 파견 규정이 있다. 이 규정은 주로 여당일 때 대통령실에 갈때 쓰인다. 의원실로 가는 사례는 거의 없다. 그런데 정을호 의원이 당직자 비례로 당선이 되고난 뒤, 이 파견 제도를 활용해서 나에게 제안이 왔다. 물론 나에게 그냥 제안이 온 것은 아니고 정을호 의원과 당의 총무조정국과 전략기획국에서 같이 일을 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홍보국에 있었는데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아직 젊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직자로서는 깊게 경험할 수 없는 입법 , 기관 감사 기능을 체험해보고 싶었다. 더불어 당직자와 보좌진의 전문성을 융합한다면 당이나 국회 그리고 정치의 발전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당 사무처의 허락을 받아 의원실로 오게 되었다.

 

 

🎙️당직자였을 때 국회 보좌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국회에서 뵙던 분이 당무 관련 행사나 선거 캠프에서도 보이는 등,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거를 보니 일당백의 인간으로 보였다. 밤낮 없이 일하는거 보고 존경스럽다고 느꼈다. 나 말고 다른 대부분의 당직자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다만, 의원실에서 당을 소관 기관 대하듯이 하는 것 등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보좌진이 보기에 당직자가 국회의원을 부려먹는 다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의원실 경력이 많은 분들은 당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편이라 협력도 잘 된다.

 

 

🎙️국회보좌진으로 일해보니 어떤지? 당직자 업무와는 어떻게 다른지?

 

의원실에 온지 한 달 정도 되어서 아직 배우는 입장인데, 위에서 말한대로 존경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웃음). 일부에서는 의원실 보좌진이 너무 많다고 비판하는데, 행정부 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정책 업무를 하는 한 명 한 명의 보좌진에게 부여된 책임과 업무량이 매우 많다고 느껴졌다. 나인투식스로 일을 하며 성과를 내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당직자는 그래도 부서 안에서 예측가능하고 동일한 일을 반복하지만, 의원실 일은 어떤 현안이 비집고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또 즉시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많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보좌진 한 명이 일당백을 해야하는데 그게 차이점이다.

 

더불어 의원실에 와 보니 정부기관 감독견제 기능을 좀 더 자세히 보게 되는 것 같다. 이 업무는 당에서 특정 부서에 가지 않고서는 당직자가 경험하지 못하는 일이다.

 

 

🎙️다른 당직자들에게 국회 보좌진으로 일하는 것 추천하는지?

 

만약에 보좌진에 뜻이 있다면 추천한다. 힘들지만 그럼에도 책임이 막중하고, 보람이 있는 직업이다.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전격적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각 정당의 목표, 그리고 궁극적으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에서 각자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당직자, 보좌진 둘 다 중요하다. 국회의원 보좌진, 당직자 모두 하나하나 중요하고 책임이 막중한 자리이다.

 

주변에서는 의원실로 간다고 하니까 많이 배우라는 격려와, 당직자 출신으로서 모범을 잘 보여달라는 충고를 들었다. 보좌진 친구들은 거의 절대다수가, 왜 고생을 사서 하냐고 손사래를 쳤다(웃음).

 

 

🎙️기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직자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당 출신 비서관이자 내가 아는 한 민주당의 유일한 파견 보좌진으로서 이 곳에 있을 동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있다. 소소한 목표라면 의원실에 있으면서 다른 보좌진들과 더욱 많이 소통하며 당직자와 보좌진의 간격을 좁히는 데에 일조하고 싶다. 당직자나 보좌진이나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목표는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함께 협력하고 격려하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나가고 싶다.

 


 

인터뷰를 해주신 황민수 선임비서관 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