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회 인턴 기간에 대한 제한이 없었는데요. 그래서 인턴으로 1년 넘게 있는 것은 기본이었고 길게는 몇 년 동안이나 인턴신분으로 보좌진 업무를 했던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그럼에도 4년이라는 인턴 신분은 당시에도 굉장히 긴 기간이었는데요. 이러한 여건을 이겨내고 보좌관까지 비교적 빠른 시기에 승진을 이뤄낸 김봉성 보좌관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지금은 잠시의 휴식을 취하고 '축구 심판 자격증'도 따셨다는데요. 국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신 김봉성 보좌관님께 보좌진의 승진과 미래에 대한 계획까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끝에는 여러분을 위한 국감 팁도 말씀해주셨습니다!

 


 

🎙️국회에 들어온 이유와 국회에서 했던 일은?

 

정치외교학과를 전공했고 국회에 대해선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다. 그러다 대학교 3~4학년 때인가 취업강연으로 보좌진이 된 선배가 와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다른 시험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 선배의 말을 듣고 ‘지금 당장 저 일을 하고 싶다’, ‘내가 잘할 수 있겠다’ 싶어서 국회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지원을 했고 그렇게 국회에 들어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양승조 의원실에 대학생 인턴 보좌관이란 일종의 서포터즈 프로그램을 통해 일을 시작했다. 임금도 많지 않았는데, 오산에 있는 형과 같이 살면서 국회로 출퇴근을 하며 다녔다. 그렇게 시작한 국회에서 11년 동안 근무했고 마지막에 장철민 의원실 보좌관으로 있다가 올해 5월에 퇴직했다. 5급일 때는 정책 실무를 했고, 보좌관이 되면서부터는 정책뿐아니라 조직 운영, 선거 준비·운영 등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인턴으로만 4년을 있었는데, 어떻게 극복을 했는지?

 

지금은 불법이지만 예전에는 인턴 기간이 무제한이었다. 인턴으로만 4년을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감도 있었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것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직급이 안 올라가는 것에 대한 조급함도 있었다. 그것 때문에 중간에 위기가 온 적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한 것이 아까웠고, 같은 시기에 만난 동기들로부터 위로도 받고 그렇게 버텨나갔다.

 

낮은 직급일 때는 임금도 많지 않고 일을 배우는 입장이라 잡무위주로 하다보니 업무 자체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다. ‘이 일이 맞나’, ‘내가 이 일을 하려고 온게 아닌데’, 거시적인 기여를 하고 싶었는데 작은 일들을 하다보니 이상과 현실이 달라서 힘들었다.

 

그러다가 작은 일들을 잘 수행한다고 선배로부터 인정을 받으면서 조금씩 큰 일이 주어지고 그렇게 9급, 6급으로 승진을 했다. 단련이 되면서 단단해 지는 것처럼 한 번에 딱 뚫리고 난 이후부턴 빠르게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일을 배우고 재미도 느끼면서 성과도 내고 하는 것이 좋았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승진 팁은?

 

낮은 직급일 때 본인이 돋보이고자 큰 걸 한다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작은 것들, 보도자료나 질의서를 쓸 때, 선배가 아이템을 주면 그 것을 가지고 다작을 했다. 그렇게 본인은 보도자료 기계란 이야기도 들었다. 거대한 성과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많은 것을 써내는게 낮은 직급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보좌진 교류 활동에도 힘쓴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학구적인 것을 좋아했다. 국토위 선임비서관을 하고 있을 때, 보좌진 연구모임을 구상하고 있었다. 국토위만 할까 하다가 상임위 상관없이 부동산에 관심 많은 보좌진 동료를 모아서 포럼을 만들었다. 21대에서 만들었는데 22대에도 이어져서 하고 있다. 회장은 바뀌었다.

 

국회 보좌진 또래 모임인 토끼모임도 초기에는 단순 친목활동만 했다. 그러다 사무처에서 동호회를 지원한다는 것을 알고 동호회 등록을 했다. 활동 지원금도 받으면서 보좌진 교류 및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모임으로 발전했다. 여야 보좌진이 함께 한 모임이었다.

 

물론 사무처의 연구모임, 동호회 활동 지원을 받으려면 회칙, 회비, 보고서 작성, 발간물 발행 등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잘들 모르고 있는데 국회의원뿐 아니라 보좌진(직원) 연구모임도 가능하다.

 

 

🎙️지금은 국회를 나와 휴식중인데?

 

국회에서 운 좋게 11년 동안 일을 했다. 승진도 순조로웠고. 그러다가 작년 8월에 폐렴에 걸려서 병원에 입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문득 쉬지않고 일을 함으로써 신체적, 정신적으로 무리가 왔구나라고 느꼈다. 에너지가 떨어지고 동기부여도 떨어져서 한 번 휴식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와중에 작년 11월 선거를 앞두고 같이 일하던 보좌관님이 출마를 위해 퇴직하시면서 보좌관 자리가 공석이 됐다. 당연히 전문 보좌관이 올 줄 알았는데, 의원님이 본인을 승진시켜 주셨다. 처음엔 반려했는데, 의원님 본인이 선거를 잘 아니까 따라만오라고 하셔서 열심히 해보자 해서 했다.

 

선거를 위해 지역구로 내려갔는데 역시나 너무 힘들었다.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특히 총괄은 처음이다보니 더욱 힘들었다. 성격상 책상에 앉아서 하는 서류 작업이 맞는데, 선거 총괄은 현장에서 뛰어야 하고 많은 사람들과 스킨쉽을 해야 해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그래서 당내 경선이 끝나고 이번 선거 재선까지만 하고 휴식기를 갖겠다고 말씀드렸다. 선거 결과는 좋았고 홀가분하게 21대를 끝으로 퇴직을 했다. 11년간 일하던 곳을 떠나는 것도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국회를 나오면서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퇴직을 준비 하면서 6개월 정도 어떤 것을 할지 계획을 짜두긴 했다. 작년 폐렴에 걸리기 전에, 애널리스트 자격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다. 그래서 올해 퇴직을 하고 이 시험을 합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 번째 계획은, 축구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유투브를 통해 축구 심판 자격증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작년부터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전하기로 했고 축구 심판 자격증을 취득했다. 세 번째는 10월, 가을 여행을 가자는 것이었다. 아시겠지만 국회에서는 가을여행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기로 했다. 11월에는 재무설계사 시험이 있는데 그것까지만 마무리 하고 국회로 복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나왔다.

 

쉬는 동안 자기 개발을 하고자 했다. 진로를 생각했을때, 국회에서 경력을 쌓고 다른 업계로 가겠다고 한다면, 관련 상임위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맥락에서 복귀를 하고 이후에 다시 국회 밖으로 재취업을 해야한다고 할 때 경제, 금융쪽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애널리스트, 재무설계사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한 것이다.

 

 

🎙️보좌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나와서 보니까, 특히 22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고들 한다. 전대미문의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굉장히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고생이 많고, 하지만 그만큼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일해주기를 바란다. 구태의연한 말 같지만 자신만의 소명의식과 사명감은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의 업무강도를 버티지 못한다.

 

더불어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해두는 게 좋다. 출마 등 큰 그림을 그린다면 당직, 국회직 등 여러 감투를 기회가 될 때마다 노리는 것이 필요하다. 아니면 공무원연금을 수급자격(10년)을 취득할 때까지 버틴다 라든가. 나는 OO업쪽 재취업을 위해 OO상임위의 전문성을 키워야겠다 라든가.

 

 

🎙️본인의 향후 계획은?

 

11월 혹은 12월 내년 초 복귀 계획인데, 복귀를 할 때는, 기재위나 정무위 같은 경제관련 상임위 위주로 가고 싶다. 현실적인 이야기로 공무원 연금 수령기준이 10년인데, 본인은 9년 살짝 넘게 해서 몇 개월 부족하다. 일단 이것을 채우는게 목표고, 22대 국회까지는 잘 마무리해서 그 이후에 재취업을 생각하고 있다.

 

이전에는 재취업을 고려하지 않았다. 국회에 계속 남겠다는 입장이었다. 근데 주변 동료들이 다들 밖으로 나가니까, 그러다보니 보좌진의 연속성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 그래서 재취업에 대해서도 항상 고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팁을 하나 준다면?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장의 아이템이 고민이라면, 국회예산정책처 등으로부터 발간되는 예산결산 검토보고서 내 여러가지 통계나 도표 등을 잘 참고해 최신 통계로 업데이트해서 쓰는 방법. 해당 검토보고서에서 지적하고 있는 자료들은 이미 정부에서 만들어진 자료이기 때문에 시의적절하게 가공해서 사용하면 꽤 쏠쏠하다.

 

업무효율을 위해 엑셀 등을 통해 본인만의 자료요구 대장을 만드는 것을 추천. 자료요구의 홍수의 시기 의정시스템에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의 자료요구도 함께 누적되기 때문에 내가 무슨 자료를 요구했는지 잊어버리고 놓치게 된다. 별도로 기관을 나눠 놓고, 자료요구명, 요구날짜, 제출기한, 회신기관, 담당자, 담당자 연락처 등의 항목을 번거롭겠지만 만들어 놓으면 본인이 무슨 자료를 요구했는지 놓치지 않게 되고 기관과의 소통도 원활해진다.

 

자료요구는 표를 만들어서 하는 것을 추천. 국정감사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통계가 중요하다. 내가 가정하고 있는 주제가 있다면 그 주제에 맞도록 연도별 표와 해당 범주를 직접 만들고 기관으로부터 숫자를 채워넣도록 지시하라. 일을 훨씬 줄일 수 있고 원하는 주제를 단번에 확인가능하다.

 


 

경험에서 나온 유익한 이야기를 해주신 김봉성 보좌관 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