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새로 도입된 지방의회 보좌관(정책지원관) 제도. 새로 도입된 제도라 아직 모르는 분들도 많이 계실 텐데요. 선출직인 지방의회 의원들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직책이라 소위 지방의회의 보좌관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셀럽에서는 국회에서 보좌진을 하다가 지방의회 보좌관(정책지원관)으로 간 분의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 'ㅆㅆㅆ' 정책지원관(익명)
  • 국회 및 정치권 주요 경력: 20대, 21대 국회 의원실 보좌진
  • 현 직책: 지방행정주사보(일반임기제)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지방의회 정책지원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전)국회 보좌진입니다. 국회를 나온 지 꽤 됐네요. 이제와서 제 경험을 말씀드리는 게 도움이 될까 걱정됩니다. 저는 저연차 저급수의 보좌진이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약 20번의 낙방 끝에 모 의원실에 입사하게 되었고 높은 노동강도, 정신적 스트레스, 정말 가끔 오는 작은 보람 등 국회의 참맛(?)을 제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흔히들 말하는 동지형 보좌진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보좌진이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좋은 정치인을 만나 더 큰 정치인으로 만들고 싶은 그런 허황된 욕심이 있었습니다. 능력도 없는 것이 그런 꿈을 꾸고 있으니 당연하게도 입사 후 1주일 만에 무참히 깨져버렸죠.ㅋㅋㅋ 그렇다 보니 국회에서 일은 그다지 보람을 느끼진 못했어요. 저연차의 보좌진이 모두 그렇지만 모든 일을 뒤치다꺼리하다 보니 정책이나 홍보 어떤 한 분야도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했어요. 실제로 유능한 보좌진은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이 후기를 쓰는게...민망하고 좀스럽네요ㅎㅎ)

 

저는 의원실에서 정책 업무(질의서, 자료요청, 보도자료 등), 의원실에서 나눠서 하는 일반 서무, 홍보(영상, 카드뉴스, 사진촬영), 사진 및 영상 촬영을 위한 지역일정 수행 등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하.. 그땐 이 시기를 견디면 이게 다 실력으로 돌아오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현실은 그렇진 않더라고요. 어느 정도 깊게 팔 건 파야 하고, 안되는 건 안 된다고 말했어야는데요..!

 

그래도, 국회가 정말 좋은 건, 힘든 업무만큼이나 좋은 동료를 만난다는 것이지요. 저는 다행히 정말 정 많고 능력 있는 보좌진 동료를 만났습니다. 만일 이 업계에서 떠나더라도 연락하고 만날 사람들을요! 그리고.. 국회에서의 업무는 그 어느 곳에서도 경험하지 못하는 정말 대단한 업무들이에요! 지방의회에 있다 보니 더 크게 느껴지고요. 힘들고 거친 국회에서 버티고 또 버티며 일하시는 보좌진 여러분이 정말 멋있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셀럽!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국회에선 업무를 어떻게 배우는지도 모르고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잖아요. 저 역시 근무할 때는 “보좌관님, 비서관님처럼 나도 언젠간 착착 일을 하게 될까?”라는 불안함을 늘 느껴왔습니다. 셀럽이 더 크고 성장해서 많은 후배 보좌진이 체계적으로 업무를 배울 수 있도록 그런 세상이 오면 좋겠어요.

 

 

🎙️국회 보좌진에서 어떻게 지방의회 보좌관으로 가게 되었는지?

 

음.. 결론을 말씀드리기 전에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저는 “해서 한 후회보다, 안 해서 후회하는 것이 크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도전을 하러 국회 보좌진을 떠났습니다! 사실 지금 일로 올지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 이유는 역시 도전에 실패했기 때문이죠?ㅎㅎ 그러던 중 다시 생계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국회로 다시 돌아올까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온다면 올 수 있는 그런 만만한 곳도 아니잖아요? 많은 고민이 필요했어요.

 

그러던 중, 지방의회 채용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마침 지방에서 더 오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지금, 이 상태로 다시 국회에 간다고 해도 예전처럼 중구난방 전문적이지 않은 보좌진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지원하게 되었고 다행히 합격했습니다. 운이 좋았죠. 채용 첫 시기라 사람들이 몰랐고, 지원 조건이 국회 보좌진 출신에게 딱 맞춰져 있었거든요. 면접에서도 그 부분이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또 국회 말고도 지방자치단체는 어떻게 운영이 되나? 너무 궁금했어요. 국회는 사실 큼지막해서 세세하게 전문가가 되기에 어렵잖아요? 지방자치단체는 축소판이니 우리나라 행정, 다 말해 행정 언어, 행정부 문화, 행정절차 등 몸소 배울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부분을 가장 궁금해하실 수 있겠네요. 연봉입니다. 액수를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지만... 검색하면 다 나옵니다! 7급 상당이고요. 국회보단 워라밸이 지켜지는 가운데 7급 상당의 연봉이면 솔직히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야근이 적다는 건 전혀 아닙니다.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사 기간엔 22시에 퇴근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가끔 회식도 있고요..)

 

🎙️지방의회에서 하는 일은 국회 근무와 다를 것 같은데, 어떤 점이 다르고 혹은 비슷한지?

 

정책지원관 제도는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올해 처음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따라서 선례가 없다 보니 모든 지자체에서 조금은 혼선이 있고요. 전국 모든 지자체가 운영하는 방식도 달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저희 의회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국회 업무 중 정책만 따로 분리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홍보, 행정지원은 사무국 직원이 담당하고, 수행은 공식 업무 시간에 가끔 현장방문 시에 있고 거의 없거든요.

 

아직은 보좌인력인지, 정책지원인력인지 애매한 상황이에요. 정책지원관 이름 자체도 정책에 방점이 찍히면 ‘정책’지원이고, 의정‘지원’에 방점이 찍히면 ‘보좌’의 영역이거든요. 저희 의회는 전자, ‘정책’이 중심이고 전문위원과 함께 근무하고 있어요. 물론 지원관별로 담당 의원이 배정되어 있고 의원의 자료요구, 조례연구 및 제안, 행정사무감사 및 예산심사 시 질의서 작성 등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점은 역시 규모의 차이죠. 지방자치단체는 아직 대부분 매칭사업이에요. 자체사업이 많지 않아 감사할 맛(?)이 떨어지죠. 또한 국회보다 더 생활밀착형 정치인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별개로, 정말 구의원은.. 할 일이 아닌 거 같기도 해요.ㅋㅋㅋ 쉬는 시간 없이 민원에 시달리는 모습이 참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책지원관이 더더욱 필요한 것 같고 의원들은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저희 의회는 다들 좋은 분이셔서 우려하시는 갑질이나 불합리한 지시는 없습니다. (사실 국회만큼이나 직원들에게 막대하는 직장은 세상에 많이 없습니다..ㅠ)

 

그리고, 앞에서 말했지만 홍보, 행정, 서무 등 업무에서 벗어나 오로지 정책만 파고 들 수 있어요. 국회 저연차 보좌진은 공식적인 업무시간 내에 부처 업무자료 책자 하나 읽을 시간이 없잖아요? 여기는 업무보고 자료, 연구논문, 타 지차체 사례 등 파면 깊게 팔 수 있어요. 심지어 예산은 숫자 하나하나 제대로 읽어가며 틀린 점과 다른 점을 찾아낼 수 있어요. 국회에서 다루는 사업보다는 작디작지만, 깊게 파고들 수 있는 그런 장점이 있는 거죠!

 

개선해야 할 점은 역시 새로 생긴 제도라 집행부의 반발이 심합니다.. 국회에서 배운 것처럼 자료요청 표나 엑셀을 만들어서 요청하거든요? 그럼 집행부에서는 그동안 없던 업무가 생겨버리니 항의가 많았어요. 기초의원분들만 있을 땐 이런 세세한 자료요청하기가 어렵잖아요. 집행부에서는 심지어 ”당신이 누군데 취조하듯이 자료를 달라하냐“ 이런 얘기도 나왔다고 해요. 그래서 어떤 지자체에는 공무원을 정책지원관으로 임용하는 곳도 있다고 하네요.ㅠㅠ (시행령에 가능하다고 되어있답니다.) 물론 초기라 능력이 부족할 수도, 여러 마찰이 있을 수도 있죠. 그러나 계속 커가는 자치분권의 시대에 정책지원관으로 의회 역량이 강화되는 건 좋은 일이잖아요? 이런 부분이 업무할 때 가장 힘든 점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첫 번째는 지방정치 및 사업에 관심 있는 분이면 추천해 드려요. 몇 개월 되진 않았지만, 행정사무감사, 예결산 등을 거치며 지역 현안에 대해 꼼꼼하게 배우게 되었거든요. 본인이 선수로 뛰든, 아니면 지역구의 보좌진으로 들어가든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국회 업무가 좋고 더 욕심이 있으나 배우기엔 한계가 있는 상황, 그리고 새로운 활력이 필요한 상황인 보좌진분들께 추천해 드려요. 앞서 말했지만 저는 제대로 된 정책업무를 하기가 어려웠어요. 다른 업무에 치이다 보니 업무자료 하나하나 꼼꼼히 볼 시간이 없었죠. 지방의회에서 하나하나 깊게 배우는 것도 커리어와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국회에서 커리어를 고민 중인 다른 보좌진들에게 하고 싶은 말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겠어요. 다양한 경험이 있으면 더 좋은 보좌진이 될 수 있겠다고요. 그렇다고 국회에만 있는다고 될 수 없다는 말은 전혀 아닙니다! 국회에 오래 계신 분들의 그 노하우와 실력, 정말 대단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도 왜 다른 커리어가 중요하냐고 말씀드리면, 다양한 상황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 가지 예로 국회에서 자료요청을 할 때, 행정부 공무원들이 정말 고생하겠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지방자치단체로 와보니 생각보다 더 신중하고 조심하고 고민하여야 했던 업무였다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지자체에선 정말 힘든 업무가 되거든요. 머리로는 알았지만, 가슴으로는 알지 못했던거죠.

 

또 의원실에 있을 때는 지역에 구,시의원, 지역당원들이 정말 골치 아팠어요. 걸핏하면 태클 걸고, 건의하고, 흔들고 정말 난리이었죠. 그런데 지역에 내려와 보니 그분들이 국회의원을 만드는데 앞장서는 분들이더라고요. 물론 개인별로 욕심에 따라 움직이시는 거겠죠. 그렇지만 그들 모두 하나하나가 고충이 있다는 걸 가슴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일 말고도 많은 일을 했어요.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을 몇 년간 정말 많이 만났거든요. 다들 직장에 대한 고민이 있고 또 자부심도 있어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다른 커리어를 깎는다는 건 어찌 됐든 국회 보좌진으로서 다양한 정책에 있어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 다른 커리어를 고민하시는 보좌진분들, 두려워하지 마세요! 도전하시면 좋겠어요! 세상은 넓잖아요! 아! 국회에 계시는 분들이 읽는 레터인데...너무 그런가요?ㅎㅎ 저도 실력있는 사람이 되어 다시 국회로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중입니다!

 

마지막으로 혹시나 이 글을 읽는 선배 보좌진분께 부탁드려요. 후배 보좌진들 더 살뜰히 챙겨주세요.. 하나라도 더 알려주세요.. 생각보다 무엇부터 시작하여야 하는지 전혀 모릅니다. 국회에 깊게 자리 잡혀 있는 “국회는 원래 이렇게 배우는 곳이야”, “국회가 누가 누굴 가르쳐주는 곳이 아니야” 라는 문화는 일종의 텃세라고 생각해요. 더 유능한 인재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주세요!

 

국회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건방진 소리일지도 모르겠네요! 너그럽게 봐주세요..! 밖에서 보니 국회 보좌진만큼 신념과 자부심으로 일하는 곳은 없습니다! 언제나 건강 챙기시고 맑고 행복한 미래를 그려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지방의회 정책지원관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셀럽을 통해 연락주세요. 면접이나 서류 등등 궁금하신 점들 답변해 드릴게요!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주신 'ㅆㅆㅆ' 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