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주의 정치 이슈 심층 분석
TK 통합의 정치공학적 손익계산서
지난 4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TK 통합특별법 통과 촉구 시도민 결의대회’를 열고 “우리는 7년 전부터 시작했고 준비도 많이 했다”며 “광주·전남과 TK만이라도 먼저 가자”고 외쳤습니다. 그 자리에 송언석 원내대표와 경북 북부 지역 국민의힘 의원 3명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특별법은 현재 법사위에서 심사가 보류된 상태입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 법사위원장이 대구시의회에서 통합 반대 성명서를 발표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대구·경북 통합특별법에 대해 당론으로 찬성 입장을 채택했습니다. 과정은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주호영 의원과 송언석 원내대표가 설전을 벌였다는 기사가 보도됐고 송 원내대표는 홧김에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말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다툼에는 각자의 정치적 이유가 숨어있었다는 후문입니다.
내·외부적으로 상처를 입으며 찬성 당론을 채택한 국민의힘에게 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에 대한 찬성 당론도 가져오라는 주문을 덧붙였습니다. 3개 지역이 동시에 처리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전·충남은 대구·경북보다도 통합에 대한 대치가 심한 상태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처음부터 광주·전남 통합특별법만 처리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옵니다.
통합에 대해 급박한 분위기의 국민의힘에 비해 민주당은 여유로운 분위기입니다. 여기에는 민주당이 현 상황에 있어서 정치적으로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양당이 지선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은 대구 지역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구는 소위 말하는 ‘보수의 심장’으로, 현재 대구 16개 지역구 모두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으며, 대구시장은 단 한 번도 보수 정당에서 놓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제20대 국회 당시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을 지냈던 김부겸 전 총리의 대구시장 등판설이 돌면서, 민주당 내에서 ‘대구도 해볼 만하다’는 목소리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통합이 된다면 민주당은 현실적으로 경북 지역에서 당선권에 근접할 수 있는 득표가 힘듭니다. 가능성이 있어보였던 대구시장 자리가 없어지게 됩니다. 다만, 통합이 되는 경우 단순 숫자로만 본다면 국민의힘에게 최대 두 자리를 내어줘야 하는 광역단체장 자리를 한 자리만 내어주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김 전 총리도 출마 권유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습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통합이 되지 않으면 두 자리 중 한 자리가 위협받게 됩니다. 대구 지역에서 변수가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 통합이 되어 통합 시장을 선출하게 된다면 어차피 국민의힘에서 가져갈 자리를 가져가는 모양이 될 것입니다. 통합이 되는 경우에도 이렇다 할 정치적인 지형 변화가 없습니다. 오히려 통합에 반발하던 경북 북부 지역의 민심을 달래야 하는 숙제가 생깁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통합이 되든 되지 않든 손해는 없는 상황이고,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모든 경우에서 마이너스 요소가 존재합니다. 지금까지 과정에서 경북 지역과 대구 지역의 갈등이 불거졌고 의원들 사이의/각자의 이해가 드러났습니다. 통합 찬반에 대한 주민 투표가 없었다는 것도 지역민들에게 비판 받을 수 있습니다. 통합이 무산될 경우 민주당에게 원인이 있다며 공격해도 대구, 경북은 애초에 민주당에 호의적인 지역이 아닙니다. 국민의힘 의원들 개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무산됐다는 이미지만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법 3법을 막겠다는 결기로 시작한 필리버스터 중단의 명분이 국민의힘 핵심 지지 기반인 지역의 이익 때문이라는 것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졌을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진퇴양난의 상황입니다.
통합이 된 지역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통합 시장 한 명을 선출하게 됩니다. 통합이 되지 않은 지역은 추후 통합을 진행하게 될 경우, 이미 선출된 두 명을 한 명의 통합 시장으로 추려야 합니다. 이는 처음부터 한 명을 선출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4년 뒤 다음 지방선거 시기에 다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동안 통합이 된 지역은 매년 5조 원의 재정 지원을 받은 상태일 것입니다. 통합되지 않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을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3월 임시국회가 시작됩니다. 통합특별법이 12일 본회의에서 처리된다면 6.3 지방선거에서 통합 시장을 선출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진심으로 3개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한다면 법을 통과시킬 시간은 남아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