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여 성향 거대 유튜브의 운영자인 김어준 씨와 친명계의 갈등이 점점 더 치닫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김 씨의 유튜브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음모론이 제기되었는데요. 김 씨가 친명 세력과 대립하는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장면1) 김민석 국무총리의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 제외 요청 거부
김어준 씨가 친명계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시점은 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에서 실시한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김민석 국무총리를 포함했던 때입니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에 김 총리를 포함했습니다. 김 총리는 여론조사에 본인을 포함시키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으나, 김 씨는 ‘제가 알아서 할 것, 빼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자유고, 넣는 것도 이쪽이 결정할 일’이라며 거절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김 총리는 이후 ‘여론조사에 넣지 말라고 하는데도 계속 넣으니 사람을 계속 피곤하게 만든다’고 불편한 기색을 보였습니다.
당시 김 씨가 김 총리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런 해석이 나왔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차기 당대표 연임을 지원 사격하는 김 씨 입장에서, 김 총리가 여론조사 1위를 하는 경우 선당후사를 이유로 김 총리의 서울시장 출마를 유도해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 씨가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못 하게 되고, 당선되지 않더라도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어 김 총리의 위상이 떨어지게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김 총리가 여론조사 1위를 하지 못 하는 경우 김 총리가 경쟁력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내비칠 수 있습니다. 김 씨는 이 같은 해석에 대해 ‘여론조사에 김 총리 이름을 넣으면 당대표 출마가 막아지나’고 반박했습니다.
장면2)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합당 논의 과정에서의 갈등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민주당 내 논란이 심화되었습니다. 당시 유시민 작가가 김 씨의 유튜브 방송에서 했던 발언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유 작가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향해 ‘대통령이 돼서 나라를 책임질 자세를 갖고 있다면 빨리 합쳐야 한다,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 작가와 김 씨는 합당에 반대하던 친명 의원들에게 날을 세우고 조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이를 계기로 친명-친청의 갈등으로만 보여지던 상황이 친명-친문 갈등이라고 해석되었습니다. 김 씨와 유 작가가 '정 대표의 당권과 조국 대표의 대권'을 희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벌써부터 대권을 언급하는 것이 이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친청계인 이성윤 최고위원이 민주당 몫 2차 종합 특검 후보로 전준철 변호사를 추천했던 것이 합당 논의 무산에 결정적이었다고 평가됩니다. 이 최고위원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이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인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의 변호인단이었습니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변호를 맡았던 이력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밝혔으나, 정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져 정 대표가 강력히 추진하던 합당 논의를 유보하게 되었습니다.
이 최고위원의 특검 후보 추천 논란에 대해 김 씨는 당 지도부가 아닌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책임을 물었습니다. 후보를 걸러내는 것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했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정 대표는 부주의했던 것일 뿐, 사과했고 그것으로 일단락된 일’이라며 정 대표의 책임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이를 두고 친명계와 민주당 일각에서는 ‘청와대 인사 검증이 제대로 됐기 때문에 전 변호사를 특검으로 지명하지 않은 것’이라며 김 씨의 의견에 반박했습니다. 민정수석실에서 사전에 민주당에 전 변호사 추천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김 씨의 정 대표와 이 최고위원에 대한 옹호는 계속됐습니다.
장면3) KTV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의도적 패싱' 의혹 제기
김 씨는 이번에 여권 내부를 향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을 위한 출국 당시 이 대통령의 영상을 기록하는 유튜브 ‘KTV 이매진’에서 ‘무편집 풀영상’의 제목으로 업로드 한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악수 장면이 편집됐다는 것입니다. 정 대표와 악수하는 원본 영상이 있음에도 ‘무편집’이라고 밝힌 영상에 이를 포함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1월 중국 출국 영상, 일본 출국 영상에서도 정 대표와의 악수 장면이 편집됐다며 ‘의도적 패싱’을 의심했습니다.
이후 김 씨는 ‘편집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이 대통령 팬클럽에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지 않았다는 것을 두고 정 대표가 반명이라는 증거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우려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김 씨의 의혹 제기를 발단으로 ’의도적 패싱’에 대한 사실여부를 알아보겠다고 나선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오히려 이 대통령의 팬카페에서 강제 탈퇴 당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민주당 지지층의 갈등이 더 심화되는 명분을 만들었습니다. 김 씨가 민주당 지지층의 분열을 막기 위함이라며 제기한 것이라는 의혹이 도리어 지지층을 분열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장면4) 중동 상황에 대응하는 회의 부재 의혹 제기
지난 5일, 김 씨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대통령이 순방 중인 상황에서 기민하게 대응하는 국무회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동 상황과 관련한 대책회의가 없었다는 것인데, 사실상 대통령 부재 시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김 총리를 향한 발언이었습니다. 김 총리를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계속해서 포함하며 설전을 벌였던 것에 이어 재차 김 총리와 대립한 것입니다.
이에 국무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점검을 위한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며 김 씨의 주장에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김 총리는 페이스북에 “대통령님 안 계시는 동안 중동 상황을 챙기는 긴장감이 만만치 않았다”며 우회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앞선 김 씨의 KTV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악수 장면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주장과 대책회의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 씨를 고발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단체는 ‘김 씨가 정 대표와 각별한 관계로 알려졌는데, 차기 당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 관계인 김민석 국무총리를 공격하고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와 김 총리 사이의 긴장감이 도는 상황에서 김 총리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습니다. “고의가 아닐 것이고, 혹 문제가 있다 해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경찰에도 처벌불원서를 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총리가 먼저 화해의 제스쳐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김 씨는 이와 관련해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장면5)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 취소 거래설’ 제기
지난 10일 김 씨의 유튜브에서 장인수 전 MBC 기자는 “누가 봐도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매우 최근에 고위 검사들 다수에게 공소를 취소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 측근이 검사들에게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취소를 요구했으며, 검찰이 이를 ‘거래’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의견이었습니다. 김 씨는 장 전 기자에게 ‘큰 취재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이 대통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과 ‘공소취소’를 거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불거졌습니다. 청와대의 공식적인 대응은 없었으나, 청와대 관계자가 “청와대가 음모론 진위를 밝힐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말한 내용이 보도됐습니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 의견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김 씨가 계속해서 정치에 개입하는 모습에 대해 쌓여왔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에서는 ‘공소취소 거래설’이 김 씨의 유튜브에서 나온 배경에 대해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이 대통령에게 큰 피해가 가게 되는 엄중한 사안인데, 친야 성향의 유튜브에서나 다룰 법한 이야기가 친여 최대 스피커인 김 씨의 유튜브에서 다뤄졌다는 것에 의아함을 갖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현재 여당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검찰 개혁과 관련된 것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김 씨는 오랜 기간 검찰 개혁을 외쳤고, 현재 민주당을 주축으로 검찰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논쟁은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줄 것인지, ‘보완수사요구권’을 줄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이 대통령은 ‘예외적으로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김 씨와 민주당 내 강경파들은 검찰에게 보완수사권을 남겨두는 것은 검찰 개혁의 취지를 훼손시킨다는 입장입니다. 김 씨와 장 전 기자는 해당 방송에서 검찰 개혁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않으면 검찰이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추후 보복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이 대통령이 ‘예외적 보완수사권’을 주장하는 것이 미온적인 태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미온적 태도의 배경에 ‘공소취소’와 검찰의 ‘보완수사권’ 교환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요구권’으로 입장을 선회하도록 압박한다는 것입니다. 김 씨가 이 대통령의 안위를 위한다는 형식을 취하지만, 결국 '보완수사요구권'을 주장하는 강경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향후) 지방선거, 전당대회, 점점 더 커지는 스피커 볼륨
'공소취소 거래설'에 대해 김 씨는 일단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파괴력이 엄청난 사안을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내보냈다는 비판과 또 의도를 갖고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권 내부를 향한 김 씨의 스피커 볼륨이 점점 커지고 제기하는 의혹의 수위도 강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련의 사건에서 친청계의 손을 들어준 김 씨가 본격적으로 친명 세력을 견제하기 시작했고, 민주당 내 정치 투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6월 지방선거와 8월 전당대회가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습니다.
다만, 김 씨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권 내에서도 김 씨에 대한 비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정 대표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