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회관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무슨 책을 썼을까?

- 국회를 떠나 작가가 된 사람들

 

 

보좌진은 매일 글을 씁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료요구서를 쓰고, 질의서를 고치고, 보도자료를 다듬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매일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글을 쓰던 보좌진이 자기 이름으로 책을 쓰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요?

 

찾아보니 예상보다 다양했습니다. 국회생활과 입법 노하우를 기록한 책도 있었지만 가족에 대해 쓴 에세이, 일을 지속하는 방법을 고민한 자기계발서, 커리어 이야기, 심지어 장편소설까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국회에서 보좌진으로 일했거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직접 쓴 책을 모아봤습니다. 업무에 도움이 되는 책도 좋지만, 동료들이 국회 밖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글을 쓰는지도 한번 살펴보세요.


PART 1. 국회를 떠나 완전히 다른 세계로

 

 

① 푸른 머리카락, 남유하

『푸른 머리카락』은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으로, 심사위원 박상준 SF 평론가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들의 모습을 전복적 사고로 보여 주는 뛰어난 작품"이라 평함. 10년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다 SF소설 작가로 전환한 남유하 작가는 이 외에도 『양꼬치의 기쁨』, 『나무가 된 아이』, 『다이웰 주식회사』 등의 책을 집필

 

② 환장할 우리 가족, 홍주현

남편의 암 투병을 계기로 한국 사회의 가족문화와 ‘정상가족’이라는 관념을 돌아본 에세이.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개인이 희생되는 관계가 아니라, 각각의 개인이 존중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관계는 무엇인지 묻는 책. 작가는 10년간 국회 입법⸱정책 보좌진으로 근무하면서 주로 금융 등 경제 분야와 여성(가족) 정책을 담당했음. 『대한민국 국회 보좌관입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하는 힘』, 『영화로운 개인』등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썼음

 

③ 월급 받는 '직장인'에서 내가 돈을 버는 '직업인'으로 퇴직하기, 서인석

여러 국회 실무서를 출간하여 이미 유명한 서인석 작가가 이번에는 ‘창업’에 관한 글을 씀. 퇴직을 앞둔 모든 직장인을 위한 실용서로 희귀암으로 투병 중에 집필한 14번째 책. 서인석 작가는 이 외에도 『국정감사 실무 매뉴얼』, 『국회 보좌진 업무 매뉴얼』, 『국회 보좌관에 도전하라』와 같은 책을 집필하였음

 

④ 붉은악마의 전쟁, 이원준

1996년 김한길 의원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이원준 작가의 장편소설로, 남북관계와 월드컵을 배경으로 일본 극우세력의 테러 계획과 이를 막으려는 국가정보기관의 이야기를 다룬 첩보·멜로 작품. 저자는 이 밖에도 『아모르 이화』, 『신부와 모델』 등의 소설을 썼음


PART 2. 국회를 기록한 사람들

 

 

① 너섬객잔, 박윤수

SELUB에서 이미 한 번 소개했던 책.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실을 모두 경험한 저자는 어느 한 진영의 논리로 국회를 재단하지 않고, 정치가 왜 늘 같은 방식의 갈등으로 귀결되는지 그 구조와 관성을 들여다봄

 

② 다정한 정치를 꿈꿉니다, 한주원

국회의원실과 상임위원장실, 당 대표실 등을 경험한 보좌진이 기록한 국회 생활. 거대한 정치 담론보다는 의원회관에서 사람들과 부딪히고, 법을 만들고, 정치를 배워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풀어감

 

③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국회로 갑니다, 유신욱

부제는 ‘나이 서른에 국회 다니는 유 보좌관 이야기’로 94년 생 보좌관의 국회 이야기를 담음. 정치, 국회와 관련된 폭넓은 주제에 대해 저자의 이야기를 풀어놓음

 

④ 나는 보좌관이다, 임현

인턴 비서 시절부터 보좌관이 되기까지의 굴곡을 풀어낸 책. 직업인으로서의 고민과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고민을 함께 담은 이 책은 작가가 현직 보좌진일 때 작성했음


PART 3. 국회 실무 이론

 

 

① 법 짓는 마음, 이보라

국민의 목소리가 어떻게 법안이 되고, 이해관계자와 정부·국회를 거쳐 하나의 제도로 만들어지는지를 풀어냄. 탄소중립, 스토킹 범죄, 동물원 등 실제 입법 사례를 들어 설명. 법을 만드는 기술보다는 ‘왜 우리가 법을 만드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

 

② 보좌의 정치학, 이진수

질의서, 자료요구, 보도자료뿐 아니라 의원과 보좌진의 관계, 계파정치, 선거전략, 지역 조직까지 광범위한 범위를 세세 설명하는 책. 2015년 첫 출간으로 시간이 지났지만 그만큼 많이 읽혔던 책

 

③ 국회 보좌관에 도전하라, 서인석

국회 보좌진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 국회 보좌진이란 길에 이제 첫 발을 내디딘 사람들에게는 완벽한 가이드서

 

④ 황보람의 저니: 영원한 퇴사, 황보람

경제지 기자와 국회의원 비서관, 컨설턴트 등을 거친 저자가 자신의 커리어 이동을 기록한 책. 조직에서 개인이 어떻게 쓰이고 밀려나는지, 직장을 떠난 뒤 다시 자기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음. 국회 보좌진이라며 항상 고민하고 있는 ‘국회를 떠나면 난 뭘 할까’에 대한 책


이 외에도 『소설 국회외전』(서현준), 『대한민국 국회 보좌관입니다』(홍주현), 『청년 보좌관이 말하는 청년의 내일』(강승우), 『세상이 바꾸는 입법, 입법이 바꾸는 세상』, 『입법디자인』(박윤희), 『세상을 움직이는 글쓰기』(이진수), 『국회의원 보좌관은 어때?』(윤상은), 『민주정치와 공공경제』(김유현) 이런 책들이 있습니다.

 

보좌진 업무의 특징 중 하나는 내가 쓴 대부분의 글에 내 이름이 남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질의서도, 보도자료도, 법안도 결국 의원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갑니다.

 

그래서인지 보좌진이 자기 이름으로 쓴 책들을 찾아보는 일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국회에서 얻은 경험을 후배들에게 남긴 사람도 있고, 입법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 사람도 있고, 정치와는 전혀 상관없는 자신의 가족과 삶, 심지어 허구의 세계를 쓴 사람도 있었습니다.

 

국감이 끝나면 의원 이름이 아니라 보좌진의 이름이 적힌 책 한 권을 펼쳐보는 것도 좋겠습니다.